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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6 외부강의 두건

2017-10-03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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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6

오늘은 어케하다보니 외부강의 두 건을 치룬 날이다.

한 건은 강남구 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중장년층의 행복찾기] 프로그램 중
'제2의 인생을 위한 아로마테라피'였고,
다른 한 건은 카톨릭 인천교구 노인사목회에서 주최한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 프로그램 중
'호스피스를 위한 아로마테라피'였다.

오늘 두 강의의 공통점이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참여하신 분들의 연령층이 매우 높다는 것과
한 번으로 끝나는 강의가 아니라 여러 강의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참여자분들의 자세가 매우 진지하셨다.
내 강의 역시 전체 맥락 속에서 프로그램의 한 부분이다보니 참으로 감사하게도
청강생들이 이미 오픈마인드 상태이고
우리가 향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정신적으로도 예열된터라
다른 강의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내용을 전달 할 수 있고
많은 질문들을 받을 수 있어서 큰 만족감을 느끼고 온 강의였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늘 아로마테라피와 자기사랑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장년층 행복찾기 강의에서는 '나, 자신'에 대해 포커싱을 맞췄고,
호스피스 교육에서는 그 '나'와 '나의 죽음' 에 대해 포커싱을 맞춰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아로마테라피는 어느새 주인공이 아닌 인트로가 되어버린다.
사실 난 아로마테라피를 빙자해 자기자신과 삶, 사랑,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사,
그것이 나의 본업인셈이다.

오늘 강의에서 넘 감사했던 것은,
파아란 하늘과 그림같은 구름들이 드높던 아름다운 토요일에
우리가 함께 오늘같이 아름다운 시간을 우리생애에 갖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오늘 모신 분들에 비하면 난 44살밖에 안된 '아가야~'이지만 그래도)
내 나이가 적지않아 내 자신과 삶과 죽음에 관한 내용들을 60~70대 어르신들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부분에 참으로 감사했었다.

나와 제일 안 맞는 강의는 신입사원 연수이다.
그들은 달리고 싶어한다. 혹사당하고 싶어하고 스트레스를 갈망한다.
그들은 그러고자 고생 끝에 그 조직에 합류한 이들이다.
스트레스는 어찌보면 성공의 증표.
그런 이들에게 나를 돌아보라던가 죽음에 대한 명상, 힐링은 어림없다.

몇년전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며 강사생활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여기 왜있지 싶은게, 내 자신이 참으로 쓸모없게 느껴지기까지 했었다.
막상 그 강의를 주선해준 분은 그 회사 임원분이셨다.
임원연수 때 아로마테라피 강의를 듣고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에 초청해주신 것이었는데
아주 끔찍한 경험이었지.
그날 함께했던 신입사원들은 그 강의를 선물해었던 임원분의 연민 섞인 배려를 절대~ 모를 것이다.
그러니까 신입은 신입이고, 그러니까 임원은 임원이구나 싶다 ㅠㅠ
나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신 분들에게 쓰임이 좋은 강사이다.

'수현아, 살아보니 삶에 별거없더라...'

얼마전 정말 한바탕 진하고 거하게
한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세상을 떠난 우리 아버지의 유언은
'수현아, 살아보니 삶에 별거없더라...' 였다.

어찌보면 요즘 내가 좋아라 만나게 되는 분들은
이런 우리 아버지의 좀 얄미운 유언을 마음으로 아시는 분들이거나,
그것을 남은 여생동안 받아쓰고자 하는 분들이거나,
받아들여야만 어차피 맞이할 다음 여정인 죽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분들이다.

나에겐 아직 살아내지 않은 미지의 시간들, 삶이 있지만
나름 드라마틱했던 아버지의 삶을 곁에서 구경해본바, 아버지의 유언은 거짓말이 아니다.
나는 아버지에게 멋진 유산을 받은셈이다.
유언의 힘으로 내가 삶에 달겨들고 싶을 때 훅 힘을 뺄 수도 있고,
삶의 멱살을 잡고 몰 좀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싶을 때도 마음을 조금은 쉽게 비울 수 있다.
그렇게 매순간 유언을 나침반 삼아 지내며 잘 웃고, 잘 놓고, 잘 비우기.
나비처럼 가볍게 움직이기.
삶과 싸우기를 그만 두고 삶과 친구가 되어 삶과 함께 삶을 경험하는 것이 내가 소망하는 바이다.


오늘 같은 강의를 하며 난 이런 나의 소망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사실은 청강생들이 아닌 내 자신에게 나의 소망을 다시한번 당부를 하는 셈이다.
더불어 맛난 거 사먹으라고
용돈도 받으니 참 복되고 감사한 일이다.


PS,
오는 10월 16일 저녁에
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호스피스전문인력 표준교육 강의가 있을 예정이다.
2017년 호스피스 관련 강의는 이 강의가 마지막이다.
혹시나 호스피스 활동에 관심있는 아로마테라피스트 혹은 일반인이 계시다면
쪽지나 댓글로
Talk 2 Me! 
깊어가는 가을밤, 웰다잉을 위한 유쾌한 아로마테라피 강의에 초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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