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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2013년 겨울을 맞이하며

2013-11-20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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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귤을 먹을 때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 우선 귤을 지긋이 바라본 후, 유독 표면에 올록볼록한 알갱이들이 많은 녀석을 골라 과감히 껍질을 벗깁니다. 이때 가급적이면 코를 가까이 대고 깊게, 향기를 맡습니다. 마치 폐를 가득 채워버릴 것처럼 욕심껏 향을 맡다보면, 어느 사이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입 안에는 침이 고입니다. 이렇게 충분히 향을 먹고 난 후, 귤의 과육들을 씹다보면 속은 편안해지고 마음은 달달해집니다. 어느 사이 수북하게 쌓인 노란 귤 껍데기들을 바로 버리지 않고, 바구니에 담아 거실 구석 혹은 침대 머리맡에 두고 하룻밤을 함께 보냅니다. 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허브이기 때문입니다.

 

 올록볼록한 그것, 껍질을 쫙 벗기다보면 알알이 터지며 손가락을 적시고 끈적이게 하는 액체가 모두 만다린(귤)에센셜오일입니다. 만다린에센셜오일에는 염증을 억제하고, 공기 중에 부유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없애주며, 진통, 진정, 소화촉진을 시키는 천연화학성분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만다린의 향은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어 피로를 풀어주며,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우울증 예방해줍니다. 특히, 만다린의 향은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웃음을 되돌려주는 용도로 심리치료에서 즐겨 사용되기도 합니다. 흔히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는 웃음을 내 삶에, 우리 가족에게 불러들이는 가장 쉽고도 맛있는 방법은 겨울동안 귤을 향까지 음미하며, 매우 맛있게 드시는 것입니다. 아로마테라피는 이처럼 귤이나 마늘, 생강, 소나무, 라벤더, 페파민트 등등의 인간을 이롭게하는 200여가지 허브들을 이용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서양의 민간요법 중 하나입니다. 때로는 허브티로, 한약재, 향신료, 음식재료로 쓰여왔으며, 에센셜오일을 추출하여 화장품이나 연고, 마사지오일, 향수, 방향제 등으로 만들어져 스트레스 관리에 폭 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라벤더에센셜오일은 가장 사랑받고 있는 에센셜오일 중 하나입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긴장완화와 불면증에 효과적이어서, 티슈에 라벤더에센셜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린 후 베게 속에 넣어서 사용하시면 보다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습니다. 식후에는 스윗오렌지와 페퍼민트에센셜오일의 향을 맡는 것도 좋고, 오렌지 생과일쥬스나 페퍼민트 허브티를 향을 음미하며 마시는 것도 소화촉진과 식곤증 예방, 기분전환에 도움이 됩니다.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레이프플릇(자몽)은 자주 마시는 것만으로도 피로물질이나 독소를 체외로 배출시켜줍니다. 특히 숙취를 없앨 땐 자몽쥬스가 최고입니다. 또한 그레이프플릇의 향은 일조량이 적어지며 생기는 겨울무기력증 치료제로 북유럽에서는 애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레몬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허브로, 백혈구 합성률을 높혀 면역력을 증강시켜주기 때문에 환절기 건강관리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레몬향은 위축되거나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심리작용을 하기 때문에 청소년 상담실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레몬에센셜오일이 아니더라도, 레몬에이드나 레몬티 혹은 생수에 가볍게 띄운 레몬 한 조각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대하실 때 잊지 마셔야 할 것은, 잠시라도 멈춰 서서 향을 음미하는 것입니다. 상큼한 레몬향을 맡으며 ‘건강이 참으로 좋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린다면, 그 한 생각이 여러분의 삶을 보다 건강한 상태로 한 걸음 더 옮겨주게 됩니다. 설겆이, 빨래, 바쁜 출근길과 해치워야하는 서류가 나를 둘러싸고 있더라도, 아주 잠시 멈춰 서서 내가 내 자신을 위해 레몬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을 갖는 것은 아주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건강한 삶으로 가는 위대한 시작입니다. 바로 내가, 내 스스로, 나의 오늘을 향해, 내 곁의 사람들과 내가 살아가는 세상, 가족, 내 삶과 내 자신을 향해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마음을 열어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내 평생 단 하루인 나의 오늘에 포함되어있는 모든 것들을 내가 다시 사랑하겠다는, 내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일상 속 구석구석에 자연이 준 선물들이 있습니다. 살뜰히 모두 다 누리세요.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는 나의 몸과 생각과 감정, 세상 속에서 아주 잠시 내 스스로 의지를 내어 멈춰 보는 것입니다. 아로마테라피는 이런 순간 여러분을 도와드립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잊지 않고 향기를 음미해주세요. 먹거리를 살 때, 레몬이나 자몽을 보게 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향기를 한번 맡아주세요. 올 겨울에는 저처럼 극성스럽게 만다린의 향을 맡으며 달콤한 귤도 마음껏 드세요. 그렇게 자꾸자꾸 멈춰 서서 스스로를 미소 짓게, 행복하게, 건강하게 해주세요. 제 아무리 훌륭한 향도 즐겨주는 여러분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선택은 결국 나의 것! 여러분이 이러한 선택들을 하실 때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과 가족의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힘,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여유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자유라는 강력한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내공이 되어, 여러분은 일상의 모든 것들을 이용하여 나에게 단 하나뿐인 소중한 내 자신과 나의 가족을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테라피스트, 사랑의 치유가가 될 것입니다.

*2013년호 강남구 정신보건소 기관지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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